지난달에 방문한 교회는 일본 동북부 지역의 아키타에 위치하고 있는 아키타그리스도교회였다. 교회를 방문하기 전에는 먼저 인터넷으로 교회가 위치한 지역과 교통편 등을 확인하곤 하는데, 이번 방문은 그리 만만치 않은 힘든 여정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교통문제도 그렇고, 방문여부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그런 곳은 아니었다.
인천공항에서 나리타공항까지는 가기가 쉬웠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도쿄에서 아키타현 아키타역까지 가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비행기를 타고 나리타공항에 도착해 도쿄에서 다시 신칸센을 이용해 아키타역으로 가는 것인데, 교통비를 검색해보니까 저가비행기 항공료 20만원에 신칸센 왕복료 30만원을 더해 대략 50만원 정도 교통비가 들 거라는 계산이 나왔다. 물론 인천공항과 아키타공항을 다이렉트로 연결해주는 항공편을 이용한다면 가장 시간을 단축하면서도 고생을 덜할 수 있겠으나, 그럴 경우 비싼 교통비가 문제였다. 60만원이나 쓰면서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해당 노선은 일본항공기(JAL,ANAL)만 운항하고 있어서 왕복비행기 항공료가 60만원 정도 된다. 고민이 됐다.
일본교회를 한 번 방문하는데 교통비만 50-60만원이 든다면, 나로서는 비용부담 압박이 커져 홈페이지 제작 사역을 계속하기가 힘들어질 것만 같았다. 한국과 달리 일본 자국내 교통비가 ‘살인적’이라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내게 영향을 주게 될 줄은 몰랐다. 이번 여행에서는 교통비 문제가 정말 심각하게 다가왔다. “어떻게 하면 싸게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계속 기도했다. 가장 싼 비용을 알아보던 중, 마치 한줄기 서광과도 같은 교통편을 알아내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일본의 심야버스라는 교통편이었다. 일본의 교통비가 너무 비싸다 보니, 일본서민들이 주로 타고 다니는 심야버스를 이용하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싸게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저가항공은 화요일이나 목요일, 사람이 잘 타지 않는 아침이나 새벽시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면 가장 싸게 티켓을 끊을 수 있다. 그리고 돌아 올 때 역시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밤 10시 이후에 도착하는 비행기를 타면 비교적 특가로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 내가 항공료를 줄이기 위해 주로 이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비록 요금이 비싼 연말기간이었지만, 결국 이 방법을 통해 왕복 12만원 정도의 금액으로 티켓팅에 성공할 수 있었고, 도쿄에서 아키타역까지는 일본 심야버스회사인 오리온 심야버스 티켓을 미리 예매하니 왕복 8만원이 되었다.
심야버스는 일본어로 된 홈페이지에서만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도쿄에다가와 사랑의교회 조용길 선교사님께서 대신 예약해주셨다. 그래서 결국은 한국돈 12만원에 8만원을 더해 총 20만원에 가장 싸게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바쁘신 중에도 내게 도움을 주신 선교사님께 감사드린다. 그런데 조용길 선교사님께서 내게 “20대 이후로는 심야버스 타는 게 아니라고, 젊었을 때는 탈 수 있지만 나이 들어서 타면 힘들다”고 하셨다. 많이 힘들지 않을까 싶어 좀 염려는 됐지만, 경험 삼아 일본의 심야버스를 꼭 한 번은 타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버스를 타보고 난 후에 조용길 선교사님께서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알게 되었다. 버스로 가는 데만 9시간 30분, 오는 데 10시간 정도가 걸리니까 보통 고된 노동이 아니었다. 이용자들에게 엄청난 인내를 요구하는 그런 힘들고 긴 여정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여비를 아껴야 하는 형편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기도 했다. 지나고 나니까, 아무리 그렇더라도 일본에 관한한 한참 선배님이신 선교사님의 말씀을 들었어야 했다. ^^;;
내가 탄 심야버스는 밤 10시 30분에 출발해 아침 8시 30분에 아키타에 도착했다. 꼬박 10시간 정도가 걸린 셈이다. 중간에 1시간 30분마다 버스가 멈추는데, 그 이유는 화장실 문제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고 있는 사람들을 일부러 깨우지는 않았다. 다녀올 사람은 본인이 알아서 조용히 다녀오면 되는 거였고, 버스 운전사도 장시간 운전을 해서인지 2명이 번갈아가며 교대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 동안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낯선 모습이었다.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일본의 국토는 훨씬 넓었다. 대략 남한의 3배 정도의 넓이에 길게 뻗은 모양이라 시간이 꽤 많이 걸린 것 같다. 결국 심야버스가 아침 8시 30분 경에 아키타역에 도착했고. 진설현 선교사님께서 마중을 나오셔서 아키타그리스도교회로 안내해 주셨다. 그리고 3일 동안 근처 비즈니스호텔에서 머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셨다.
늘 목적지에 도착하면 먼저 확인하는 게 날씨정보이다.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매번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기도 한데, 떠나기 전에 한국에서도 해당지역의 날씨를 지켜보는 게 습관화돼 있다. 계속 좋은 날씨를 확인하면서 방문시기를 조절하고 있지만, 아키타의 날씨는 마치 해가 잘 나지 않고 흐린 음산한 영국날씨와도 같았다. 평소에도 맑고 화창한 날씨가 매우 보기 드문 지역이라고 하셨다. 도착했을 때도 날씨가 좋지 않아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홈페이지에 사용할 메인사진으로 교회전경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면 마음에 드는 제대로 된 사진을 얻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고된 먼 길을 참으며 어렵게 도착한 곳인데, 원하는 컷을 얻지 못할 경우 내게는 이번 방문 목적이 실현되지 못하고 그냥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는 정도였다. 걱정의 무게도 점점 무거워져 갔다.
우리 믿음의 사람들이 잘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문제 앞에서 기도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하나님께 도와주시기를 계속 간구했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해주실 지를 기대하면서… 감사하게도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해주셨다. 마지막 날 월요일 오전에 일기예보에서는 흐리고 비가 온다고 되어 있었지만 하나님께서 비구름을 걷어내고 화창한 날씨를 선물로 주셨다. 우리를 돌보시는 하나님의 무한한 사랑에 감사를 드렸다. 선교사님의 말씀으로는 이런 날씨는 두 달에 한두 번 있을까 말까한 날씨라고 하셨다. 주님의 은혜를 체험한 기쁨이 있는 하루였다. 이번에도 역시 하나님께서 도와주시고 함께 하신다는 느낌을 날씨로 인한 경험을 통해서 강하게 받았다.
진설현 선교사님께서는 일본아가페선교회 소속으로 지금은 아키타그리스도교회에서 협력선교사로 섬기고 계신다. 담임목사님이신 일본인 목사님을 도와 사역 중이셨는데, 마침 내가 방문한 주일은 담임목사님께서 출타 중이시라 선교사님께서 주일설교를 하셨다. 예배 후에는 약 한 시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살고 있는 한 교인의 가정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다시 가정예배를 인도하셨다. 나도 선교사님과 동행하게 되었고, 주일 날 점심은 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삼각김밥으로 대신했다.
이번에 방문한 교인 가정은 엔도상이라는 분의 집이었는데, 두 딸은 지체장애를 지니고 있었고 입양한 아들도 장애가 있었다. 그리고 부인도 거동이 불편해 하루 종일 침대에만 누워 있어야 하는 평범하지 않은 매우 딱한 형편이었다. 처음 선교사님께로부터 방문대상 가정에 대한 간단한 정보를 들었을 때, 정말 마음이 답답하고 암담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곳에서 만난 엔도상 가족은 너무나도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었고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막내아들은 우리를 위해 손수 케이크까지 만들어 주었다. 정말 감동적이었다.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 일본 땅, 그것도 북쪽이라 너무 추워 모두들 꺼리는 시골마을 아키타지역에서 가장 연약한 가정들을 사랑과 정성으로 섬기시는 선교사님의 모습을 보면서 세상 사람들과는 다른, 하나님의 사람으로서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참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아키타그리스도교회는 일본동북부 6현에 50여 명의 전도사와 목사들을 파송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교회로, 아직도 교회가 없는 지역에 최대한 많이 교회를 세워 사역자들을 보내려는 거룩한 비전을 품고 앞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교회와 교인들, 사역하시는 선교사님을 축복하며 발길을 옮겼다.
이번 여행은 날씨를 통해서 하나님께서 일본을 얼마나 사랑하시는 지를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개인적으로 아키타라는 곳은 또 다른 일본의 느낌이었고, 이 아키타 지역을 위해서 오늘도 나는 기도의 손을 모아 본다.






